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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story

[작업중] 두루마리 그려 아마도 이야기상자에 걸릴..

by jineeya 2022. 3. 23.

뭔가 공부하기 전 책상 정리하듯 집에서도 작업해보겠다고 천 깔고 종이 세팅하고 붓을 들었는데,

처음엔 아무 것도 못 그릴 것 같이 앉아있다가 예상 외로 떠오르는 이야기도 있고 표시할 이미지도 있다.

 

언제 완료할 지 모르나 생각날 때마다 덧붙여볼 예정.

 

2022.06.12. 글 추가--------------------------------

(2022 김지희 개인전 [위대포의]에 전시되면서 그림에 맞는 글을 추가했습니다.

그림의 순서는 연속성을 위해 글의 순서와 반대로 게시되어 있어 가장 아래에 첨부된 그림부터 위로 보시면 글의 순서와 연관하여 보실 수 있습니다.)

 

[고대로부터의 전갈 ]

설치 - 400 * 1,110mm / 종이에 붓, 나무로 만든 이야기 상자틀

아주아주 오래전 세상의 조상들은 딱딱한 돌, 물컹물컹한 진흙, 험한 산들에 둘러싸여 살았습니다. 구비구비 가는 길에 먹을거리가 있을지, 안전한 보금자리가 있을지, 몸을 보호할 도구가 있을지 조심스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딛으며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이 길은 안전하고 이 길은 험했습니다. 이 길은 배부르고 이  길은 잡아먹힐까 전전긍긍했습니다. 
태양은 덥고 계곡은 춥습니다. 
하늘 높이 날개를 가진 자들은 유유히 땅을 조망합니다. 언제라도 땅의 것들이 쓰러지면 덮칠 듯, 모두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크기로 이동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밤에도 눈을 부릅뜨고 땅의 것들을 바라봅니다.
땅의 것들 중 날개도 없이 다리도 없이 흘러 다니는 자들은 꽤 위험하고 꽤 신기합니다. 간혹 깜짝 놀라 숨을라 치면 벗어던진 허물만 있을 뿐, 여러 생을 하나의 생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가까이 가기에 두렵기도 합니다.
푸르른 산천이 땅을 지배할 때, 울긋불긋 피어난 꽃과 열매가 잠시 안도를 주기도 했고, 바로 목숨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는 날개 가진 자들과 날개도 다리도 없는 흘러 다니는 자들, 네 다리로 천리를 내달리는 자들 모두 함께 있습니다.
모든 자들이 두렵기도 하고 그립기도 합니다.
때론 공격하고 때론 먹이가 되어주고 때론 매섭게 몰아내고 때론 바람과 냉기를 막아줍니다.
이렇게 어우러져 잔혹하지만 순리대로, 아름답지만 모순으로 사는 세상, 고대로부터 면면이 전달받은, 다 알지만 다 모를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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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물
꽃과 산
새와 뱀
새와 부엉이
태양과 계곡
사슴 +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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