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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tory

Nice Shorts~! 단편영화 개봉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 영화 [사사건건]

by jineeya 2010. 6. 25.

사사건건 (Nice Short)

장편, 극영화,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한국, 92분, 2009년

  • 감독 김영근, 김예영, 조성희, 홍성훈, 이정욱
  • 츌연 황영광, 이지영, 박세종, 이다인, 나해령, 고창환
  •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 개봉일 극장 : 2010-01-21


a옴니버스 영화 형태를 가진 영화들은 장단이 꽤 분명한 편이다.

뭔가 장편 개봉영화를 관람하게 되면 1시간 반 정도 하나의 내러티브가 강약중간약을 변주하며 이루어지는 한편의 대서사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옴니버스 영화로 보게되면 '이건 뭥미?'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옴니버스 영화에 익숙해지면 같은 시간동안 다양한 형식과 주제와 감정을 충실하게 맛볼 수 있다는 희열을 느낄 지도 모른다.
사실 1시간 넘는 영화 중 지루하지 않은 부분이 전혀 없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지루하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영화는 대중적 성공의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길게 늘어뜨리는 것이 아닌 집중되어 더욱 환상적인 단편영화들의 간결미, 압축미는 간혹 그 어떤 장편 장엄한 영화들보다 빛날 때도 있다.

[사사건건]은 '개봉'이라는 현실로 따지면 묶어서라도 세상의 빛을 쬐게 해주는 것이 마땅할 괜찮은 영화들이다.
동시에 영화 한편 한편이 모두 뚜렷하고 주체적이며 독립적이라 묶였다는 게 다소 아쉽기도 하다.


따뜻함

[사사건건]의 첫번째 건(?)인 [산책가]는 다분히 시각적인 영화가 청각과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을 어떻게 시각화할 수 있는 지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도 시각장애인인 주인공 남자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누나를 위해 만든 산책길은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동시에 그 길은 누나나 아빠와 함께 걷던 매우 현실적인 길이기도 하다.
그 산책길을 발이 아닌 손으로 걸어가며 주인공과 누나는 분명 뻔한 데 왠지 즐겁고 참신하고 따뜻한 산책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실사와 애니메이션, 설치가 적절히 섞여 완성된 참신한 화면들 속에서 '누구나 인생은 이렇게 이야기로 가득하구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주인공 영광의 미소는 행복한 덤.


답답함

이렇게 마음 푹 놓게 만든 후 등장한 두번째 건인 [아들의 여자]는 뻔뻔하기 이를 때 없어보이는 여고생이 같이 임신 사고친 오빠의 아버지를 찾아가며 시작된다.
'사고친 너희들이 해결해'라고 허세를 부리는 아버지는 말과 달리, 차를 태워주고, 애 땔 돈을 쥐워주고, 병원에 가주고, 결국 못 떼게 해서 손주까지 책임져줄 요량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부모들, 왕 철부지들이지만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움츠린 어깨로 손이 가게 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항상 이런 앙상블만 보면 속 답답해지는 나.

공포스러움

답답함의 해소를 위해서라면 스릴러도 나쁘진 않지만 내가 참 싫어하는 장르다. 요즘엔 확실히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그런데 세번째 건인 [남매의 집]을 통해 알게 된 건 사람도 사람이지만, 사람이 구획하고 감추는 구조, 보이지 않는 압력과 권력에 대한 공포다.
무서워도 늘어지는 영화가 있지만, [남매의 집]은 공포스러움의 긴장이 늘어지지 않는다.
거의 제대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었는데도 완전 몰입과 초긴장을 풀 수가 없었는데, 사건이 예측되지 않는 만큼 공포의 강도 역시 예측 불허다.

맥락도 없고, 구조도 알 수 없으며, 배경 이야기조차 없는 그 공간과 인물들 뿐인 영화인데, 수백, 수천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좁은 방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도록 세팅되어 있고, 한마디 설명과 예측없이 불시의 손님과 불의의 사고를 맞이 해야하는 남매의 일상은 우리와 많이 다른 듯 싶어도 짐짓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방공 이데올로기와 월드컵 한 방 정도면 만들어진 사회구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 살아가는 일벌레들.
그나마 남은 다양성과 변화 가능성마저 상실하게 되면 인간은 당근도 채찍도 필요없어지는 참으로 무상한 존재다.


웃김

바짝 든 긴장은 네번째 건인 [잠복근무]에서 자연스레 풀어진다.
시커먼 남자들과 쌍욕만 나올 구조인데 희한하게 유쾌할 것 같은 기분이다.
잠복 중에 만난 중학교 동창들에게 뻔데기 장수로 각인되는 게 싫은 형사, 오랜만에 만난 동창에 사심없이 술판 벌리는 친구들, 잠복 중에 벌어진 상황이 황당할 뿐인 동료 형사들.

중학교 때 주로 맞은 형사는 영 껄끄럽기 그지 없지만, 주로 때린 노래방주인 친구는 반가움만 가득하다.
나름 일방적인 관계의 불편함은 잠복 목적의 대상이었던 범인의 검거를 통해 갈등의 해소를 맞이한다.

짧은 런닝타임에도 다들 한 캐릭터하는 모습이 명쾌하고 추격신도 스피드! 보다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왠지 시커먼 남자들의 알콩달콩, 울퉁불퉁 우정의 시작을 예감하는...^^


사실 1시간 반동안 네번의 감정 몰입과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각 영화들은 존재감이 확실하고 감정선이 깔끔하다.
단편영화를 위한 개봉공간도 있어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따로 따로 더 빛난다.

* 사진출처 :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
* 이 영화는 독립영화 다운로드사이트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서비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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