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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니메이션25

비록 산 자에게 좋은 꿈일지라도 - 단편 애니 [잘 자, 좋은 꿈꿔!] 산소호흡기, 비쩍 마른 몸, 의사도 절레절레 젖는 고개. 침대 옆 탁자의 오동통했던 씨름선수 시절 그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해간다. 죽음이 다가오면 보게 된다는 검은 삿갓 그 사람은 얼굴도 공포스러운데다가 모래시계까지 놓고 사라져버린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꾸게 되는 꿈에서 그는 짜증나는 의사도 제쳐버릴 만큼 오동통하고 튼튼해진다. 결국 그에게 남은 건 어둠의 공포 뿐이었지만, 와중에 비추는 환한 곳을 찾아간 그는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사라져간다. 사람의 마지막에는 엄청난 량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죽음이란 대단한 공포와 고통의 과정이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신체의 마지막 신비라 할 수 있다. 주마등이라 불리우는 인생의 필름이 다 돌아가면 인간은 죽는다. 죽음에 대해 절대 알 수 .. 2010. 3. 19.
차라리 다 드러나는 세상은 어떨까? - 단편 애니[리스크 잇] 학교 생활이 영 힘든 주인공. 자신이 만든 껍데기 로봇 안으로 숨어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껍데기 안에 숨어도 상처는 계속 받기 마련. 그러던 어느날 껍데기 로봇이 그를 삼켜버렸다. 이제는 자신이 원해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설상가상 한줄기 희망과 같던 여학생마저도 껍데기로봇은 생 무시하고 지나가버린다. 결국 그는 로봇 안에서 러브레터를 찾기 위한 모험을 시도하다가 벗어나는 데 성공하는데... 리스크 잇 감독 이정수, 김수정, 윤희선 (2007 / 한국) 출연 최재호, 류정희, 이주창 상세보기 사람은 누구나 껍데기를 한꺼풀 뒤집어쓰고 산다. 왠지 나이 들면 더 두터워지는 듯도 싶다. 하지만 간혹 그 껍데기를 벗어야 할 때도 역시 도래한다. 그런 계기는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사소함,.. 2010. 3. 12.
이제 봄이구나 - 단편 애니[冬(동)] 추운 겨울을 나타내는 연필선 사이로 귀를 내미는 토끼, 살아움직이듯 커졌다가 작아지는 나무들, 변형되어 나타나는 계곡들. 옛날 마을에 하나씩 있을 법한 수호신 나무의 펄럭이는 천조각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선들이 어느새 날리는 눈으로 둔갑하는 모습. 4분 20초의 짧은 시간동안 '冬'이 가지는 이미지는 무채색의 향연이지만 왠지 따스해보인다. 가야금 3중주 파헬벨의 캐논 연주에 맞춰 다양한 겨울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동양의 악기와 서양의 음악, 서양적 그림방식과 동양적 감성이 대비가 아닌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떨어지는 물 한방울, 이제 봄이 오는구나! * 하지만 주말엔 꽃샘추위가 예상된다고!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______^)/ * 사진출처 : 인디스토리(http://.. 2010. 3. 5.
세상은 넓고 애니는 많다 - 단편 애니 [죽음의 기원(How to death came to Earth)] 인도 출신의 유명한 캐나다 애니메이션작가 이슈파텔의 작품. 스토리는 인도전래동화에 나오는 죽음의 기원에 대한 내용. 인도전래동화에 의하면 태초에 지구의 인간은 죽음이 없고 늙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태양과 달 역시 남,녀 두개씩이 있었다. 하늘 세상에 뛰놀던 태양들은 달의 나라에 갔다가 얼어버렸고, 달들이 그들을 구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달과 여자태양은 함께 살기 위해 땅에 내려왔고, 불같은 여자태양에 사랑에 세상은 불바다. 결국 땅의 사람들은 젊은 사냥꾼에게 둘을 없애달라 부탁했고 화살에 맞은 여자태양은 땅 최초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두번째 죽음을 맞이한 남자달의 시신을 하늘로 가져갔던 여자달은 다시금 시신을 땅으로 던져 산산조각내버렸고 그 작은 조각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사람은 .. 2010. 3. 1.
종이 한장으로 시작되었을 지 모르는 단순했을 우리들 - 단편애니 [종이 한 장] 종이 한 장 감독 강민지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날아온 종이 한장, 종이로 걸어오는 존재. 존재가 뚫어놓은 구멍 두개 속으로 넣은 생명의 구와 흙과 신비수. 그걸 통해 싹이 터 자란 식물은 '그'와 '그녀'가 된다. 어느날 떠오른 태양인지 달인지 모를 하늘 속 그것에 눈길을 빼앗긴 그에게 그녀는 하늘을 보기 쉽도록 종이 깔개를 준다. 그것은 다시 별이 되고 해가 되었다가 땅에 내려와 식물이 된다. 하지만 평화로운 삶은 오래가지 못했다. 석양 바라보기가 더이상 재미없는 그녀는 꽃 키우기에 몰입하고, 꽃에 물 주는 게 너무 힘든 그가 던진 물 분무기로 인해 꽃은 꺾여버린다. 그들의 논쟁은 분노를 만들고 세상을 분절시키고, 그들만의 공간에서 머무는 삶이 계속된다. 사실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함께 .. 2010. 2. 28.
단편 애니[오월상생] 518 광주만행을 5개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담은 작품.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깔리는 음악과 SM캐릭터인 아이들의 똘망한 눈이 은근한 대비를 이룬다. 괴로운 사건을 괴롭지 않도록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나 역시 리얼리티도 놓치지 않고 있다. 오월상생 감독 전승일 (2007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처음 보게 되는 [오월의 노래2]는 귀엽디 귀여운 SM캐릭터로 인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사실 그 안에 표현되는 장면들이란, 5월 광주 한복판에 들이닥친 탱크와 마스크 쓴 군인들. 쉴 새없이 날렸던 총탄, 불도저가 밀어버린 할머니. 이젠 기념관 묘소에 갈 일밖에 남지 않은 지난 세월. SM캐릭터와 단순하지만 따뜻해보이는 색감이 담기엔 너무나 구슬픈 내용이다. 그러기에 묘소를 뛰노는 가방 맨 아이.. 2010. 2. 25.
엔딩 크레딧 이후를 꼭 봐야 하는 애니 [낙서하는 소녀] 낙서하는 소녀 감독 강길호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우비를 푹 눌러쓴 소녀, 하교길에 어느 벽에 열심히 낙서를 한다. 그녀가 낙서한 캐릭터는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그녀의 방에 들어온 낙서 캐릭터와 소녀는 숲으로, 별 쏟아지는 하늘로 모험을 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표현 속에 많은 걸 포괄시킨다는 점이 매우 놀랍다. 세상에 무심한 듯 보이는 어린 소녀, 낙서캐릭터를 처음 대했을 때도 손으로 짓눌러버렸을 정도다. 이러한 침묵과 무심한 표정은 단순해보이는 장면 장면과 중첩되면서 약간은 우울할 수 있는 편부가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함께 맞물려 있는 사람은 바로 편부이다보니 생업과 육아를 병행하지 못하는 아버지이다. 이 역시도 그의 늦은 귀가라는 한 장면 만으로도 그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보.. 2010. 2. 18.
장난감의 진짜 역할 - 단편 애니[토이 아티스트] 세계적인 장난감 아티스트인 아버지. 그러나 장난감 만드는 데 빠져버린 아버지에게 한 살된 아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새로 만든 움직이는 강아지 장난감을 아기 옆에 던져보지만 아기가 흥미를 느끼는 건 의외로... 아기는 나름 최첨단으로 보이는 강아지인형보다는 둥글게 굴러다니는 공에 꽂혔다. 아기가 공에 꽂힌 건 비단 공 자체의 매력만은 아니다. 공은 굴러다니며 구석구석을 여행할 줄 아는 대단한 녀석이다. 아기는 공과 함께 여행 준비를 하고 나서지만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다. 책장이 무너지고, 위험천만해보이는 계단이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아기는 개의치 않고 공만 바라보며 나아갈 뿐이다. 책장이 쿵 무너지는 소리에 그제야 아버지는 아기를 찾지만, 장난감을 만들 듯 즐기는 게 아니라 생사가 걸린 위급한 상황.. 2010. 2. 1.
식물의 반격에 대한 수려한 표현 - 단편 애니 [소이연(所以然)] Co2를 흡수하는 대신 뿜어내버리는 식물, 식물에게 먹히는 초식 동물, 동물에게 먹히는 사람... 결국 땅이 모든 생명체를 삼켜버린 지구의 다음 모습은.. 감독은 연출의도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빌어 '천지와 성인은 仁하지 않아 만물과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강아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 구절을 통해 아마도 감독은 천지와 성인처럼 보이는 지구나 자연에 대한 생각 전환을 요구하는 듯 하다. 확실히 이 애니는 지구나 바다라는 거대한 물을 모성애로 치환시키는 오류, 자연의 자정 능력 맹신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근거 역시 설득력 있다. 제목인 '소이연(所以然)'이 담고있는 의미인 '모든 생명이 존재하는 나름의 이유'에서 '생명'은 인간을 위한 비유가 아니다. 여기서 생명은 자연이고, 지구.. 2010. 1. 20.
관계를 생각하는 길이에 대하여 - 애니 [스페이스 파라다이스] Space Paradise 감독 이명하 (2005 / 한국) 출연 이명하, 손상현 상세보기 우주를 그윽히 내다보고 있는 로봇. 1인용 로켓을 만들고 있는 걸로 봐서는 우주로 떠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무차별한 주인의 호출과 폭력과 욕설에 지쳐가던 그의 선택은...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비단 3D가 아니라도 말이다. 연필체와 채색인냥 보이는 이 애니메이션도 장면마다 '아, 이건 어떻게 표현한걸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많다. 더불어 표현과 장면 이동, 캐릭터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이 독특하다. 캐릭터는 코믹하면서도 효과음이나 음악이나 배경 등으로 무게를 잡아주는 점이 균형감 있어 보인다. 사실 로봇이 로켓을 만들었던 건 주인을 우주로 내보내기 위함.. 2010. 1. 13.
고무고무 능력은 이제 그만(-.-) - 단편애니 [슈퍼우먼] 벽 하나 가득한 가족 사진, 그 아래로 곤히 자는 그녀의 일상은 자명종과 함께 시작하지만, 좀 더 누울라치면 갓난 아기의 울어제끼는 목소리에 잠을 깨고만다. 평화로웠던 밤의 시간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미친 속도전이 시작된다. 어제의 설거지와 아침상, 아기 분유, 화장, 남편 신문까지 챙기는 그녀는 분명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고무고무 능력자임에 분명하다. 이 애니는 여인의 부산함과 능력 사이에 약간의 초점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능력자이되 사실은 혼자 커버 못할 일을 초치기로 하다보니 실수 연발이다. 슈퍼우먼은 절대 될 수 없으나 그렇게 요구받을 때 나타나는 분열증적 상황인 것 같기도 하면서, 살짝 어설픈 슈퍼우먼같기도 하다. 살짝씩 아쉽긴 하지만 너무 일상적이라 매일 까먹는 생각들을.. 2009. 12. 31.
실체와 이공간의 순환고리 - 단편 애니[The Chamber] 체임버 감독 유석현 (2005 / 한국) 출연 상세보기 방안의 작은 모형. 방의 주인인 노인이 모형 방 모양에 손을 쑥~ 넣으면 희한하게 방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손이 쑥 들어온다. 이 애니는 처음부터 모형의 방과 실제의 방이 틀리지 않음을 드러낸다. 방안에 들어온 거대한 손 역시 노인이 모형 안에 집어넣은 손과 다름없다. 애니의 끝에는 이러한 문구가 새겨진다. '실체와 실체를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은 그 무언가를 통해 계속 돌고 움직인다.' 루크레티우스 - 만물의 본성에 대하여- 우리가 오감으로 깨닫는 공간을 실체라고 한다면 생각외로 그 공간은 그다지 확정적이지 못할 경우가 있다. 감각의 50% 이상 영향력을 미친다는 시각에 너무 의존하면 태양의 빛 파장에 놀아나는 꼴이며,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이.. 2009.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