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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11

[12F] 묵은 오래 되었으되 뒤돌아보지 않아 묵고, 묵히다가, 해묵은 작업들이 있다. 나는 그 중 하나의 작업을 종료했다.캔버스는 20년 전 동생이 쓰던 나무틀에 새로이 브라운천이 씌워졌고,그 위로 어두운 도심 벽면을 테마 삼아, 핸디코트에, 수채화물감에, 수채화용 크레용에, 유화까지 뒤섞였다. 그러나 동네일 하고, 커리큘럼에 머리 쓰는 동안,우리동네아뜰리에 한 벽면에 고이 자리 잡았던 작업은비단 재료들만 덮어쓴 게 아닌 듯 하다. 몇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작업은 나의 공기를 지우고,된장처럼, 간장처럼, 그리고 곰팡이처럼 묵고 묵혀져,이미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오늘 나의 것으로 돌리기 위한 해묵은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순순히 돌아왔는지는 미지수다.낯설고 힘들고 손은 만신창이다. 그래도 괜찮다.그래서 더 괜찮은지도 .. 2016. 7. 2.
[100M] 흐린 비 § 도시에 덧입혀진 자연의 흔적 > 흐린 비 이보다 쨍할 수 없다. 6월초부터 폭염이 시작된다.태양의 빛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직시할 수 없었다. 올곧이 직시할 수 있는 건 나를 둘러싼 소소한 반경 뿐이다.나와 같은 사람이 만들고, 나와 같은 사람이 가꾸고, 나와 같은 사람이 망가뜨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복구시키는 공간들. 때로 사람들은 광합성이 필요하다 말하지만 일시적이면 된다.대부분의 시간을 사람이 만든, 그닥 유쾌하다 생각하지 않는 그곳에서 잘 버틴다. 물론 사람이 만들어도 이내 사라진 공간엔 자연이 깃들고 흔적을 남긴다.가끔 그곳을 찾은 사람은 격렬히 거부하거나 격하게 애정을 표시한다.도시에 남은 자연풍화의 흔적은 언제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그 무엇을 창조해도 자연은 변화시킬 수 있다... 2016. 6. 6.
[100P] no title (yet) § 도시에 덧입혀진 자연의 흔적 > no title (yet) 잠시 착각하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아니면 하나의 과정인가 싶기도 하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반영해야한다는 생각에 그 어떤 작업의 결과도 도철과의 연관성에 집중하여 해석하고자 노력한다. 최근 글을 쓰는 것도 글 자체를 작품화하는 것도 있지만 그림작업의 영감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얻게되는 소재는 그림으로 반영되기도 한다.그래도 큰 틀의 명징한 조합은 요원하다.아직 글은 글, 그림은 그림이다. 문득 누군가 나에게 질문한다. 아니 답변한다.작업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 역시 작업의 일환이고 때론 수단이다.한순간 작품이 그냥 재미있게, 즐겁게, 만족스럽게 나왔다면 그것으로 행복하지 않은가? 잠시 구축하고 있는 세계관에 작품을 수단으로 쓴 .. 2015. 8. 5.
[100P 미완성] 벽-숨겨진 풍경 최근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저분한 벽에 녹아있는 세월의 흔적이 나에게 진귀해졌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입체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보는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쓸데없는 재료를 써보기도 하면서,숨겨진 풍경을 찾아보고 있다. 하얀 바탕에 동네 주민센터 서예반에서 쓰고 버리는 글자들을 얻어다가 붙여보고 싶기도 하고,그냥 텅 빈 하얀 캔버스에 계속 뭔가 하얀 계열의 재료들만 말끔히 얹고 싶기도 하고,아교액 잔뜩 뿌리고 멋대로 뻗어가는 물감의 길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아직 진행중. 2015. 7. 12.
[미완성 4호] 4월, 자목련 잔인한 4월입니다. 수십년의 고통이 단 몇주로 압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악하고 독한 감정을 아울러 묶는 심정이 미안함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에 대해 절대 게을러져서는 안되겠습니다. 목련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어둡고 결단력있어보이는 나무 줄기를 가졌습니다. 4호밖에 안되는 캔버스지만 꽃을 크게 그려넣다보니 바탕을 어떻게 할지 여러 고민을 하다가 줄기 모양을 살리되 구상이 아닌 방식으로 화면을 채워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완성한 건 아니지만, 3차원 줄기의 분기로 나뉘어진 면의 2차원 분할이 이제보니 살짝 조각조각난 마음같은 기분도 듭니다.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색도 색이지만 - 나뉘어진 면들을 잇는 것은 무엇일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가 아.. 2014. 4. 27.
[미완성 4호] 빙경(氷景)과 설경(雪景) 사이 실제 그려봤으면 하고 생각이 든 풍경은 살얼음이 만든 작은 소품같은 장면이었지만, 물감을 얹다보니 날 서있는 모습의 '빙경'이 아닌 '설경(雪景)' 정도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에 조화를 그렸다가 어찌보아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그림에 젯소를 발라버렸습니다. 물을 많이 섞었는지 캔버스의 그림 전부를 덮지는 못하고 군데군데 밑바탕이 남아있습니다. 그것도 나름 운치있네요. 그대로 살려서 배경을 확장해볼 생각입니다. 2013. 3. 4.
[미완성 4호] 신의 손 사진보다는 그림이 좀 더 진한데요. 친구가 '아주 오래된 그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더군요. 오래된 주제를 잡아 그려서 일까요? 다음번 올리는 건 아마 완성작이겠죠?^^; 2013. 3. 2.
근대, 천재 그리고 향토 - 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 얼마 전 새 단장을 마치고 근대미술 전문 미술관으로 재개관한 덕수궁미술관. (그래도 공식 이름은 국립현대미술관이다) 1930~40년대 일제 강점기를 살아낸 천재화가 이인성의 전시가 딱 오늘까지, 아슬아슬하게 get in~. 서정성,향토성으로 인해 한국의 고갱으로, 20대에 입선하고 30대에 이미 유명작가 반열에 오른 시대의 천재로... 그래도 내 생각에 그의 그림은 최초의 유화작가가 1890년대이니 초창기임을 감안하여 꽤나 서양적이고, 아마도 일본에서 수학했을테니 다소 일본적이기도 하지만, 강점기에다가 자신만의 색을 가져야 할테니 역시나 토속,향토적일수밖에 없다. 그의 그림은 색이 붓터치도 참 아름답고, 선명하지만 차분한 색도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종이, 캔버스 뿐 아니라 나무에 그린 작품도 여럿인 .. 2012. 8. 26.
[유화4호] 장미가 있는 정물 손을 더 대야할 지, 여기서 멈춰야할 지 고민 중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밝은(?) 색의 그림은 오랜만(?)이라 그런지, 내 눈에 익숙한 내 그림이 아니다. 터치도 많은 것은 잘 그리겠다는 의지보다 잘 안 쓰는 색을 적절히 쓰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그러나 그러저러한 고민 없이 이 그림과 그 색이 마음에 드는 이가 반드시 있다는 점을 알기에 신기할 뿐이다. 2012. 8. 19.
[2호] 정열을 품을 수 없어 차분한 사랑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작은 캔버스의 꽃그림이 또 생겼습니다. 숭고한 사랑, 자연에의 사랑 등의 꽃말을 가진 자목련. 어느새 비와 변덕 심한 날씨로 인해 질 때가 다 된 자목련을 운좋게도 그릴 기회를 잡았지요. 이 볓 좋은 날 그려도, 떨어질 것을 준비하는 듯한 흐드러짐과 화려하고 고고한 외관과 전해져내려오는 옛이야기가 한데 섞여 왠지 너무 숭고하여 이룰 수 없는, 정열을 품을 수 없었던 차분한 사랑을 보여주는 듯 하네요. 2012. 4. 28.
원래보다 훨씬 클지도 모를 분홍장미 한송이 해상도마다 틀리겠지만 이 그림은 실제 그림보다 모니터에서 더 클 수도 있겠는데요?^^ 1호 캔버스에 그린 분홍 장미 한송이입니다. 원래는 산뜻하게 그려지리라 생각했지만, 그림은 근본적으로는 생각보다 다른 요인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 그림은 감성적이라기보다 상당히 객관적인 편이지만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매 작품마다 '나만의 -상대적- 진리'를 찾아서! 명암을 최대한 눌러서 평면적인데요. 이대로 끝낼지 좀 더 입체적이고 가볍게 만들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