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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2

지옥의 사신에서 동네 바보가 되기까지 유럽 Orvieto에 아주 훌륭한 대성당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 어딘가 대리석에 악마들이 때론 탐스러운 먹이마냥 때론 귀찮은 벌레마냥 저주받은 인간들을 바라보면서 지옥으로 인도하는 모습이 새겨져있다고 한다. 비열해보이기도 하고, 깔보는 듯 하기도 하고, 군침 흘리는 듯하기도 한 표정이 즐거워 슬렁슬렁 따라그려보는데 점점 바보의 모습 만 남아버렸다. 2021. 8. 21.
[글/시리즈] 도철(饕餮)_#03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7. 한참을 벗어나 결국 숲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원래 나의 혈족들은 모두 숲을 싫어한다.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바람의 조합은 쥐약이다.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숲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인가 이문이 포뢰와 더불어 나를 데리고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필시 먼 곳을 보다가 드넓은 녹색 솜뭉치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셋은 그리 깊이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숲의 입구에서부터 녹색잎과 나뭇가지들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자 포뢰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고요하고 잔잔하던 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다.이문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결국 이문과 나는 포뢰의 양쪽 어깨.. 2015.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