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야기하는상자용 이야기 제작 중인데

저의 메인 캐릭터는 조용하고 정의로운 오지라퍼 조정오씨.

조정오씨는 원래 노란 실뱀이다가 용으로 변신가능한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새, 나무, 물고기로도 변신 가능한 캐릭터로 만들어볼까도 고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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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신한 눈 양탄자를 타고 땅을 굽어보니
나와 같은 뿔을 발견하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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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한자 중에는 '芝' 다음으로 많이 봤었다 싶었는데, 

오늘 본 '龍'은 어찌나 낯선지...

오랜만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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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원 처마엔  닭 조각이 많아 흥미롭긴 한데 그래도 늘 있을 법 한 존재는 용.
('어처구니'라 부르는 줄 알았는데 그냥 설의 하나인가보니 이젠 쓰지 말까보다.)

지나가다가 처마끝에 달린, 하늘로 눈을 치켜뜬 용이

어리숙해보이기도 하고,
미련해보이기도 하고,
애틋해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치켜 뜬 눈, 2018, 종이에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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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남은 용, 월장석친구들회의 때 동물 그림 그리다가 나온 결과물.

눈깔은 그리 매끄러운 단어는 아닌데 왠지 '깔' 자체 느낌이 좋아서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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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6.19.


향긋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한참일 무렵 결국 난 눈을 떴다. 평화로움에 땅에라도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닿는 나뭇잎이 뺨을 간지럽혔지만 뿌리치고 마음을 돌렸다.

페린데우스를 뒤로 하고 숲을 벗어났다.


“타오티에님”

분명 나의 이름이다. 그것도 지중해 근처에서 듣는 순의 언어.

“타오티에!”

고개를 돌리는 건 순간이었으나, 그의 얼굴은 느린 슬라이드 화면처럼 서서히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

순의 장수 명이다. 나의 멱살을 부여잡고 군선에 밀쳐 던졌던 바로 그 녀석!


“잘 지내셨습니까?”

깊숙이 굽힌 자세가 마치 나를 조롱하는 것 같다.

바로 치켜든 얼굴에 번지는 반가움의 미소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여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려는 거냐?

금세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먹는 것 이외에는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인가? 명색이 용의 자식인데 나의 분노는 가슴속 어디로 사그라든 것일까?


“'오랜 시간 찾아 헤맸습니다'라고 알리고 싶으나 이 나라에 들어오자마자 임금께서 일러주신 장소로 와보니 바로 계시네요. 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곳을 나라라 칭해도 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초원의 색이 눈을 맑게 해주네요. 아름다운 곳입니다.

염제라면 모두 농지로 바꿔버리셨겠지만요.”


이 녀석이 명? 왜 이리 말이 많지? 임금 옆에 굳건히 서서 입 한번 떼지 않던 녀석이었을 텐데.

그새 하얀 얼굴이 살짝 그을렀나? 여전히 하얗긴 하지만. 

사복인 것도 처음 보는 군. 역시 생각만큼 형편없이 말랐군. 저런 부실한 놈을 장수랍시고 측근에 둔 순제 놈이 불쌍하지. 


“타오님.”

명이 입을 떼려 한다.

‘잠깐’ 순식간에 왼손이 명을 향해 펼쳐졌다. 

페린데우스가 온몸에 중독시킨 게으름을 흩트러뜨리며 겨우 말문을 열었다.

‘이 자식, 여기서 뭐하는 거지?’

“모시러 왔습니다. 타오님.”

‘모시다니 난 쫓겨났다고!’

“네. 정확히 371일 전 도성 안뜰에서 군사들에게 포위되셨죠. 실제로는 비희님과 산예님에게 붙잡히신 셈이긴 하지만요.”

그렇다.

산예가 재미있는 물건을 구했다며 향로 안을 쳐다보라길래 ‘별일이다’ 싶었는데, 들여다보는 순간 뜨거운 불덩이들이 얼굴을 덮쳐왔다. 바로 물러서 계단에서 구르자마자 비희가 날 눌러버렸다.

‘이제 와서.’

“어머님이 쓰러지셨습니다.”

‘뭐라고?’

어머니가 쓰러지다니... 그녀는 용이라고! 누가 감히 용을 쓰러뜨려?







* 참고


도철(饕 탐할 도, 餮 탐할 철) 

용의 다섯 번째 자식. 

먹고 마시는 걸 즐겨 잠시 눈을 떼면 솥뚜껑이나 술잔에 코를 박아버리는 경우가 즐비하다.

'자신의 몸통까지 먹어치워 얼굴과 뿔만 남아있다', '순제에게 쫓겨났다', '더 많이 먹으려고 농작으로 유명한 염제 신농의 나라로 떠났다'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최근엔 그를 직접 본 이가 없다 보니 들려오는 이야기도 괴기소설마냥 해괴망측해지고 있다. 


비희(贔 힘쓸 비, 屭 힘쓸 희)

용의 첫째 자식. 

힘이 장사이기도 하지만 힘 자랑도 즐긴다. 

세상을 구성하는 초석인 돌만 보면 번쩍 들어 중력을 거슬러버리니 돌들이 화가 날만도 하다. 

키도 잘 안 자라고 납작한 자라 용모이지만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는데,

용모 때문인지는 몰라도 돌을 번쩍 들고 있는 건지 돌에게 깔린 건지 간혹 헷갈리기도 한다.


산예(狻 사자 산, 猊 사자 예)

용의 여덟 번째 자식. 

어릴 적부터 어미가 내뿜는 불을 동경했으나 실제로 본 건  단 한번 뿐이다. 

하지만 한번의 경험은 대단한 감동이었나 보다. 

현재까지도 불이나 폭죽에 홀려 향로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문처럼 말을 걸어도 대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03.30.


음력 5월 13일. 대나무를 심거나 옮기는 죽취일(竹醉日)이다. 모든 이촌(二寸)들의 생일은 바로 이 날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죽순을 용손(龍孫)이라 불렀다. 

이날이 되어 -원래도 그랬지만 - 퍼먹고 마시다 보면 어느새 술잔에, 솥뚜껑에 얼굴을 파묻혀있었다. 

어머니는 원래 성정이 불같았으나 이런 나를 꾸짖는 일이 없었다.


하긴 그녀는 세상의 이치를 너무 깨달아 함부로 끼어드는 법이 없다. 심지어 망나니처럼 보일 자식의 일에서도 말이다. 진중하다 못해 게으른 그녀는 예상외로 사람들의 환심을 얻었다.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통해 사람들은 지혜롭고 달관한 도인을 연상하곤 했다.


그녀는 말을 섞었던 인물이든 생면부지의 인물이든, 누가 태어나든 죽든, 전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인간 생사에 대한 그녀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후세계에 대한 묘한 안정감을 가지게 되었다. 


‘엄청난 수명과 누적된 지혜의 상징은 생과 사를 구분 짓지 않고 기쁘거나 감동스럽거나 슬프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결국 죽는다는 건 산다는 것과 별 차이 없는 게 아닐까?’


죽어보지 못한 그녀가 인간의 죽음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 화내는 것에서조차 게으른 그녀가 불같은 성정으로 혐오를 드러내는 주제가 바로 죽음과 하늘이다.

천적도 없을 것 같은 그녀가 자식들에게 가장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건 죽지 않는 방법이다. 물론 훈련받은 건지 그녀가 우리의 생각을 조정한 건지 구분은 잘 가지 않는다.


아홉 자식 들은 자신의 인지를 가동시킬 때, 물리적 실체의 테두리를 규정짓는 것보다 사방으로 깃들여지고 스며들게 나누는 방법을 익혔다. 본체조차 둘 필요가 없어 가히 불멸이다. 그러나 너무 나눠 깃들여지는 건 주의해야 한다. 요는 균형이다. 실제 이문은 어느 순간부터 불러도 대답 없고 언제나 먼발치만 쳐다보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 지조차 모르겠다. 마치 하늘을 향한 망부석이라도 되어가는 듯하다.










-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9.


순제는 불을 내뿜는 어머어마한 크기의 용에 대해 예우를 다하였다. 

금과 은 만큼의 나이를 먹은 어머니의 경험과 지혜를 높이 샀다.


그는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배려하고 세상만큼 오래된 광물을 지키는 수호 역할을 부탁하기도 했다. 

애당초 한 곳에 머무르는 걸 상상조차 못했던 어머니는 간혹 순에 들러 왕실의 보물을 자신 만의 장소에서 지키다가 황제가 원하면 다시 가져오곤 했다.

아마도 천상에 가져다 놓았다가 다시 가져오는 것이리라.

하늘에는 인간이 다가갈 수 없고, 하늘이 땅의 물건 따위에 관심 기울일 리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하늘을 수호하지만 하늘에 속하지 못했던 것도 금은보화 따위를 지켜달라는 부탁에 땅을 과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하늘은 땅의 냄새에 민감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 땅의 냄새는 생각보다 강렬하고 무거워 한번 홀리기 시작하면 하늘에서 점차 멀어진다. 어머니도 이 점을 항상 경계한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순제의 보물 수호 역할은 거절하는 게 좋았다.


이촌(二寸)들도 종종 순나라 궁에 함께 놀러 가곤 했는데, 따뜻한 환대에 취하고 엄청난 수의 인간들이 모인 그 곳에 홀렸다. 

하긴 우리 이촌(二寸)들은 너무 오랜 기간 어머니와 이촌(二寸)들만을 보고 살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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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8.


얼마 전 숲을 걷다가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앉아있는 놀라운 나무를 발견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 나무는 페린데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전 어머니로부터 치명적인 비둘기 나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숲 위를 날던 어머니는 비둘기떼가 잔뜩 앉은 나무를 한그루 발견하였다.

곧장 땅으로 내려가 나무로 슬금슬금 다가갔는데 달콤한 열매에 취한 비둘기들은 어머니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어머니는 몽롱한 비둘기들의 눈을 살피고 나서 바로 나무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나무의 그늘에 들어선 순간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거대한 포효와 함께 몇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디뎠던 발의 발톱 끝은 시커먼 색으로 물들었다.

나무 그늘이 공포를 야기시키긴 했었지만 물리적 고통이 함께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바로 날아올랐는데 마침 비둘기 한 마리가 나무를 떠나 날기 시작했다.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눈 앞을 스쳐가는 탐스러운 먹잇감을 놓칠 순 없었다. 어머니는 비둘기를 덥석 물어서 꿀꺽 삼켰다. 싱싱한 생살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고 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수많은 비둘기들, 열매를 탐닉하는 몽롱한 눈동자들...

이 나무가 바로 어머니가 말한 그 나무가 분명하다. 비둘기보다 열매가 훨씬 탐스러워 보이지만 말이다.

분명 어머니 말대로라면 페린데우스의 그늘은 나의 발톱을 태워버릴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은 공포를 눌러버렸다.

다른 나무의 그늘과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그것은 풍채 좋은 가지와 나뭇잎들로 인해 근사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큰 한숨을 몰아쉰 후 한발 내디뎠다. 

발가락 하나가 그늘에 들어간 순간, 시원한 바람 한줄기가 불어왔다.

상쾌한 느낌과 멀쩡한 발톱은 나를 나무 둥치로 다가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아보았다. 향기롭고 나른함이 긴 낮잠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종종 나는 페린데우스를 찾아온다. 

가을에 맛본 열매는 천상의 목소리처럼 달콤했다. 


가족들이 봤다면 상상도 못했을 무모한 행동들. 

나는 가장 난폭하다는 풍문에 맞게 스스럼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족 중 별종인 것일까?






* 참고


어머니 용(龍 용 용)


성정이 불 같으나 세상의 이치를 알고, 

타인에게 무심하나 한번 마음먹은 일은 해치우는 편이라, 

만인에게 신의를 아는 존재로 각인되어있다. 

사람들은 그녀의 게으름을 느긋하고 통달한 도인의 품격으로 오인하고, 

아홉 자식들도 덩달아 어여삐 여겨 종종 자신의 물건들에 그 모습을 새겨 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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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철 그리는 작가의 글 그리기




03.27.


한참을 벗어나 결국 숲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다.

원래 나의 혈족들은 모두 숲을 싫어한다.

햇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특히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바람의 조합은 쥐약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숲에 들어가는 걸 허용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인가 이문이 포뢰와 더불어 나를 데리고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필시 먼 곳을 보다가 드넓은 녹색 솜뭉치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셋은 그리 깊이 발길을 옮기지도 못했다. 숲의 입구에서부터 녹색잎과 나뭇가지들이 머리 위로 드리워지자 포뢰가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평소 고요하고 잔잔하던 소리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비명이었다.

이문을 바라보자 일그러진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결국 이문과 나는 포뢰의 양쪽 어깨에 팔을 걸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머니는 불과 같이 화를 내셨고, 특히 이문은 무섭게 혼이 났다.

더불어 그날 어머니는 모든 자식들을 불러 당부의 말을 남겼다. 

만약 피치 못해 숲을 가로질러 이동해야 할 때는 반드시 상자 또는 지붕이 있는 들 것을 이용하고, 숲 안에서 기거하게 될 경우 역시 지붕이 있는 곳 또는 나무 그늘이 없도록 주변 나무가 잘린 곳에 기거하라고...

사실 나는 숲에서 시원한 산들 바람과 나무 그늘을 지나면서, 그대로 풀 속에 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른함, 포근함, 향기로움...

전사이자 수호자인 혈족에 허용되지 않는 게으른 감정. 

그래도 포뢰와 이문이 그렇게까지 이 감정에 공포를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그런 격렬한 공포를 맛보지 못한 것은 역시나 게으르고 부족한 천성 탓인가?


이곳으로 쫓겨온 이후로 오히려 간혹 숲으로 간다. 

나른하고 포근한 그늘이 나에게 진취성과 생존을 위한 경계심을 흐트러뜨리지만 그래도 달콤하기 그지 없는 독이다.








  1. 2015.07.17 16:5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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