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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24

삽질 중인가? 캐내는 중인가? - 영화 [삽질, 텍사스] 삽질, 텍사스 (Shoveling, TEXAS) 단편, 극영화, 코미디, 판타지, 사회, 대한민국, 16분, HD, 2008년 성시흡 안치욱, 이지수 12세 관람가 빨간 모자에 쫘~악 빼입은 정장남. 희한하게 삽을 갖고 사막 한가운데 있는 모양새가 희한하다. 빨간 원피스에 노란머리 선글라스 화장녀. 먹을 거 하나 없는 허허벌판을 싸돌아다니다 삽질하는 그를 만나다. 자기 키만큼 파내려간 사이 만나게 된 흡사 개미와 배짱이같은 남자와 여자는 뻔히 보이는 집중과 나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침묵과 수다까지도. 그는 끊임없이 파기만 하고, 그녀는 끊임없이 수다를 떨다 이내 골아떨어져버린다. 그러다가 그가 결국 발견해낸 그것(?)은 그의 기뻐하는 얼굴만 투영한 채 허공에 사라져버린다.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라는 게 .. 2011. 1. 14.
어부지리 속 노다지의 향연 - 영화 <두근두근 배창호> 최근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인디시트콤 를 받으면 12월 한달 동안 윤성호 감독의 주옥같은 단편 3작품 , , 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두근두근 배창호 (Pitpat Bae Changho) 단편, 극영화, 드라마, 대한민국, 9분, HDV, 2008년 윤성호 권다현, 윤성호, 배창호, 김성욱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단편3편) (Read my lips) 장편, 극영화, 드라마, 코미디, 옴니버스, 대한민국, 78분, 2010년 윤성호 황제성, 박혁권, 박희본, 이채은, 배용근, 서영주 15세 관람가 http://indiesitcom.com 웹 : 2010-05-24, 디렉터즈버전다운로드 : 2010-12-01 3767필름, 인디스토리 에서 (역시 배우로 출연한) 윤성호 감독은 영화를 찍는 감.. 2010. 12. 2.
다채로워질 필요가 있는 기준들, 깨달아야 할 이유들 - 단편영화 [Happy Birthday] Happy Birthday 감독 홍준원 (2004 / 한국) 출연 황정영, 최한호, 한경안 상세보기 키가 많이 작은 난쟁이(왜소증) 아버지는 아이가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키 크는 기계를 만들어 매일 아들에게 실행(?)한다. 그리고 아이가 떳떳하게 '훌륭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는 그 날까지 집에서만 지내게 한다. 그 결과는? 아마도 이 영화 속 아버지는 거의 평생 '난쟁이'라 비난받았을 터이고, 사회에서 소외받았을 터이며, 그 기억은 매우 강렬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그의 머리 속 도식은 '키가 크다 == 훌륭하다'로 단순화되어버렸다. 그리고 유독 이 부분만큼은 성숙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생각주머니로 인해 아이가 받은 영향은 꽤나 심대했다. (물론 몸이 좀 다르게 생겼다고 .. 2009. 11. 23.
뒤틀린 생각의 타래가 낳은 비극 - 단편애니 [2007 모던타임즈] 2007 모던 타임즈 감독 이영희 (2007 / 한국) 출연 문소연, 이상훈, 최승희 상세보기 주인공은 가난에 찌든 나머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오리를 인질로 삼아 주목을 끌고 빵쪼가리라도 얻어먹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은 사람에 대한 상해 의도로 오해받고 결국엔... 동글동글한 몸, 코믹한 콧수염. 우리가 알고 있는 모던타임즈엔 찰리 채플린의 코믹스러운 모습과 그와는 너무 대조적인 현실의 모습이 극렬한 대치를 이루며 보여진다. 반면 2007년 이영희감독이 보여준 모던타임즈의 주인공은 판다보다 심한 다크서클과 비쩍 마른 몸에 가난과 멸시를 통해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투과하고 있는 인물이다. 외면하는 시선들, 아무도 그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무심한 감정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 11. 16.
아름답고 정겨운데 자꾸 딴 생각나게 만드는 - 단편 애니 [물고기 옷] 물고기 옷 감독 이선주 (2008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아빠"라 불리는 비늘 달린 존재가 "아빠"라 부른 종이같은 존재를 바다로 데리고 간다. 설상가상 아빠는 바다 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일은 얼마나 놀랍고도 힘든 일인지... 이 짧은 애니 하나만 봐도 그러하다. 아이의 입장에선 스스로 한낱 종이같은 존재인 자신을 바다로 데려가고, 갑자기 낯선 그 곳에 내버려둔 채 아빠가 사라지고, 기껏 뭔가 좋은 거라고 만들어주는데 별 쓸모 없어보인다. 반면 아빠의 입장에선 살기 위해,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고, 함께 생존할 수 있도록 식량을 마련하고, 아이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옷에 날개를 달아주려고 밤을 꼴딱 샌다. 다행히도 아.. 2009. 11. 5.
보금자리의 정의 - 단편애니 [곰과 노인과 바다] 곰과 노인과 바다 감독 홍대영 (2008 / 한국) 출연 홍대영 상세보기 빙하 하나에 간신히 올라탄 곰. 망망대해를 지나, 폐허가 된 도시를 지나 만나게 된 노인.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곳에서 서로를 의지해 드래곤볼의 오공이 자신의 머리를 무천도사의 몸(?)에 의지해 잘만큼 친해진 한 사람과 한 동물이 있다. 희한한 건 지독한 고독 속에 있음에도, 지독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그들은 유쾌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보금자리란 굳이 발 붙일 땅과 멀쩡한 건물, 일용할 양식보다는 평생을 함께할 동지와 흥미진진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사진출처 : 인디스토리(http://www.indiestory.com) 2009. 10. 5.
애니메이션 '9'의 원래 단편 9 : 나인 감독 셰인 액커 (2009 / 미국) 상세보기 9 감독 셰인 액커 (2005 / 미국) 출연 상세보기 원래 셰인 애커 감독의 졸업작품이었다던 단편 애니메이션 '9'. 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결국 4년여 지나니 멋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였네여(^__^) 2009. 9. 21.
순간접착제 순간 접착제 감독 이석훈 (2001 / 한국) 상세보기 이석훈 직업 영화감독 상세보기 주인공은 생의 존속을 위해 평생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지하철 판매를 감행(?)하고 있다. 물론 팔기는 커녕 심지어 남의 노점 물건을 살 판이다. 그러나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진땀 나는 경험은 마침내 그의 용기를 배가시켰으며, 그가 파는 순간접착제의 기능마저 향상시키는 듯 했다. 그리고는 곧 그의 용기가 발현된 그 공간에서 제거되고 만다. 그의 도전은 -비록 생존에 관련된 것이기는 하나- 사회의 기대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필시 20대 초반의 떨리는 가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의 도전은 보다 애절하고 너절하고 절망적이어야 했으나 긴장감 넘치는 미션, 다음의 기회가 보장된 성장 로드무비와 같은 느낌이다.. 2009. 9. 15.
땜질의 유혹을 부르는 단편 애니 [플레이 위드 미] 어제 -application단의 일을 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IT쪽 회사에 다니는 동생을 만났는데 "요즘 납땜 배워요!"라고 말한다. SW의 힘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때론 그만큼 허무할 때도 있다. 컴을 켜지 않으면, 웹브라우저를 열지 않으면, 혹시나 전기가 나가버리면? 생각보다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서비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문자와 연계된 마이크로블로깅서비스가 뜨는 것도 일정 정도는 이러한 허무함을 조금이라도 해갈시켜줄 어떠한 연계망의 구성 조짐은 아닐까나? (아니면 스타마케팅과 합법적인 스토킹서비스의 발로일 뿐일까나? 나도 호란님의 미투를 구독해버리고 말았다!) 때론 화분에서 수분도를 측정하여 "물 주세요!"라는 sound를 나오게 하거나,.. 2009. 9. 13.
조심할 필요 없는 '개조심' 개조심 감독 김규현 (2007 / 한국) 출연 상세보기 아무리 대문에 붙여놔도 소용없는 '신문사절'. 배달원을 막기 위해 주인은 무서워보이는 개를 세워놓지만 효과는 글쎄? 이 애니만큼 제목에 걸맞으면서도 제목을 철저히 배신하는 내용도 참 드물 것 같다. 마치 조롱하듯 갖가지 방법으로 신문을 대문에 꽂아버리는 배달원, 상처가 늘어만 가는 개, 분노 게이지가 계속 상승하는 주인. 경쾌한 음악과 배달원의 SF적 배달 방식을 보며 웃고 떠들다보면, 어느새 배달원 잡는 미션을 훌륭히 수행한 개의 모습 뒤로 성취감에 들뜬 주인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이내 남는 씁쓸함. 인생의 미션이 명확하여 실행해나가지만 그 행위에서 어떠한 의미도 찾지 못한다면, 그저 누군가의 하수인 노릇일 뿐임을 극단적으로 .. 2009. 9. 8.
신화 속에 숨긴 성장이야기 - 단편 애니 [오늘이] 오늘이 감독 이성강 (2003 / 한국) 출연 상세보기 계절의 향기와 바람이 시작되는 곳, 원천강. 그리고 어떻게 태어났는 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 오늘이와 학 야아와 보라색 여의주. 마리이야기의 이성강 감독이 2003년 선보였던 단편애니메이션 [오늘이]에는 포근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포근한 파스텔톤 색채와 은은한 정취, 현대적 필체를 통해 묘사된다. 아름다운 제주도 신화의 세계는 어느덧 오늘이의 성장 로드무비가 되고, 오늘이가 지나는 곳곳에는 살짝쿵 이루지 못한 꿈을 한켠에 품은 이들과의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 그들은 희한하게도 무언가 버린 순간 그들의 꿈을 이룬다. 이무기가 애써 모은 여의주들을 버린 그 순간,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소년이 어떨결에 우산을 버린 그 순간, .. 2009. 9. 1.
[遡及] 감정 '창조기' - 단편애니 '창조기' 창조기 감독 박재영 (2007 / 한국) 상세보기 * 제 글에 [遡及]이라 붙인 건 예전에 썼으나 이번 기회에 tistory로 옮겨놓는 글들이예요. ---------------------------------------------------------------- 단편애니메이션 [창조기] 1. 태초에 존재한 '사랑받지 못한 손'. 그는 무료해서인지 그저 관례적인지 알 수 없으나, 어느 날 해와 달을 만들고 자연을 만들고 인간을 만든다. 창조물의 도가니 속에서 인간인 여자를 중심으로 가지게 되는, 또는 만들어가는 다양한 감정들. 19분짜리 애니메이션인 [창조기]에서 '창조'란 비단 천지의 창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창조는 '감정'이라는 것들의 창조 기록이자 짤막한 설명서와도 같다. 수려하지만 .. 2009.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