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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tory

[시조대본] 오리정의 꽃무릇

by jineeya 2026. 8. 27.

6월에 공연으로 선보인 호러애니쇼 <오리정의 꽃무릇> 시조 대본을 올립니다.

(실제 애니메이션 중 나레이션과 효과음 제외한 영상은 바로 아래에...)

https://youtu.be/3ekcMMo0YJ4?si=F5T4VM8hf7I7AeSJ

[나레이션 X 효과음 X 자막 O BGM O] [호러애니쇼] 오리정의꽃무릇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불화 그릴 탱화승이 
물감 만들 꽃을 따러 일주문을 나섰더라

붉게 물든 가을 단풍 온천지를 뒤덮었고
걸음걸음 산아래에 꽃무릇밭 탐스럽네

마을까지 5리 남아 세운 정자 오리정 앞
떠나간 이 생각하며 서러워서 저리 우나
세속인이 흐느끼니 탱화승은 우물쭈물
단풍 구경 다시 할까 산 한 바퀴 휘적휘적

마을까지 5리 남아 세운 정자 오리정 옆
다시 와서 살펴보니 꽃무릇밭 파묻혀서

“아기야, 아기야.. 흑흑”

아직까지 흐느끼니 탱화승은 우물쭈물
오늘은 안 되겠네 다음 기회 다시 올까

하루 지나 생각해도 어찌할지 우물쭈물
그림 한 줄 못 그리고 어찌할지 우물쭈물
지켜보던 원주스님 대로하여 큰 한소리

“이레 후에도 이 모양이면 절에서 쫓겨날 줄 아시게!”

한숨 돌린 다음 순간 두 눈앞이 캄캄하네

큰맘 먹고 내려가니 꽃무릇 밭 붉디붉어
당도하여 살펴보니 세속인이 늘었구나
여인은 또 울고 있고 옆사람을 쳐다보니
하얀 사람 꽃밭 속에 고개를 떨구었네

탱화승은 고뇌하며 어찌할지 우물쭈물
절에 갈까 고뇌하며 세속인을 바라보니
마주치자 빨려들 듯 붉디붉은 그녀의 눈
눈이 시큰 가슴 벌렁 머릿속은 막 꼬인 실


빨려드는 두려움에 평온 찾아 눈 감으니 
어둠 속이 고요하나 어느 순간 붉은 잔상
어둠 속에 꽃무릇들 송이송이 피어나니
어찌하리 탱화승은 결국 다시 눈을 뜨네

붉디붉은 그녀의 눈 넋을 읽고 바라보다
처음 보는 미색이라 홀린 듯이 물어보네

“당신의 붉디붉은 눈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답군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내 이름은 꽃무릇… 흑흑”


그녀의 피 만병통치라 아픈 이를 주었더니
불로 욕심에 심장까지 훔쳐먹다 죽어가네

그녀 심장 붉었을까 그녀의 피 궁금해도
그녀 심장 빼앗겨서 가슴 자리 시커멓고
그녀의 피 나눠 줘서 손발 온몸 순백이라
유일무이 붉은 곳은 불타는 듯 눈동자뿐

탱화승이 읍소하며 꽃무릇에 간청하길

“붉은 눈의 꽃무릇 님, 성도절 그림에 쓸 붉은색이 필요해요. 당신의 눈동자를 가지고 싶어요.”

꽃무릇이 미소 짓고 꽃 한 송이 뽑아다가
뿌리줄기 떼어내고 꽃 한 송이 내어주니
탱화승이 고개 숙여 깊이 감사 표하더라

한달음에 산을 달려 작업방에 도착하니
맷돌 갈고 절구 빻아 고운 가루 붉은 물감
삼베천에 일필휘지 초 뜨기를 끝마치고
어느새 마무리로 화룡정점 남았으니

어디 보자 붉은 물감 어느 곳에 칠해볼까
석가여래 입술인가 10대 제자 옷태인가
시름시름 주지스님 입적할 날 머지않아
존경 담아 한구석에 조그맣게 그렸으니

옳다구나 양도 적고 주지스님 빛내볼까
자글자글 스님 입술 붉은 물감 얹어보니
굽은 등도 펴지는 듯 검버섯도 사라지고 
빛나야 할 석가여래 주지에게 묻혔구나

탱화승은 후회하고 머릿속은 시끌벅적
꽃을 따러 봇짐 메고 작업방을 뛰쳐나가
어느샌가 하얀 눈발 하늘부터 흩날리나
승려 눈엔 안 보이고 북풍한설 내달리네

꽃무릇밭 도착하여 이리저리 살펴보니
꽃무릇들 하나 없고 하얀 눈만 깔렸더라 
숨이 차고 기침 나고 목엔 피맛 눈물 흘러
절망 속에 속이 상해 토악질이 나오더라

한가운데 하얀 눈을 붉은 빛이 뚫고 나와
헐레벌떡 탱화승이 그 자리를 파보더라
파다 파다 붉은빛이 가까울 듯 멀어지니
승려 몸에 눈 쌓이고 승려 손에 눈 쌓이네

탱화승이 파는 손은 느릿느릿 느려지고
어느 순간 더 이상은 움직이지 못하더라
누구인지 다가와서 등을 쓸며 흐느끼니

“아기야, 아기야.. 흑흑”

탱화승은 눈에 묻혀 떨군 고개 들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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